음식궁합
여름철 별미 중의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얹은 후 된장,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이라 말할 것이다.
보리는 흰쌀과 비교해서 영양학적으로도 비타민 B와 단백질이 더 많아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곡류 중의 하나인 보리밥을 먹더라도
단순히 맛이나 영양학적인 측면 이전에 보리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우선된다면
그 음식에 대한 인식의 수준도 높아질 뿐더러 각자의 건강을 생각한 식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보리의 한열(寒熱)에 대한 성질을 먼저 파악해서
자기 몸의 한열과 관계 지어 체질에 맞게 섭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리는 한열의 측면에서는 약간 찬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봄, 여름에 자라서 가을에 먹게 되는 곡류의 경우는 약간 따뜻한 기운이 많고
겨울에 자라서 여름에 먹게 되는 곡류는 약간 찬 편에 속하는 것이 많다.
이러한 이치에 의하여 보리는 성질이 약간 찬 편에 속하는 곡류인 것이다.
즉, 보리를 먹는 계절적 의미를 생각해보면 보리의 찬 성질로 더위에서 오는 열을 식혀주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코 여름에는 보리차를 차게 해서 많이 마시고
열이 나는 아기에게는 해열을 목적으로 보리차를 먹이고 했다.
이는 보리의 성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지혜라고 하겠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보리는 선천적으로 위가 냉한 소음인들이 먹으면
냉한 위를 더욱 냉하게 만들어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즉, 찬물에 보리밥을 말아먹고 나면 속이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음인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위열(胃熱 )이 많은 소양인이 보리를 먹으면 오히려 소화가 더 잘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보리의 차가운 성질이 소양인의 위열을 꺼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리는 소양인이 먹으면 좋은 곡류에 속한다
이처럼 같은 음식을 먹고 나서도 제각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 사람의 체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인데
하나의 음식을 놓고서도 그 음식의 성질을 깊이 생각해 보고
자신의 체질과 상관지어 먹는 것은 건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